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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 메타인지란 】

by swave98 2019. 4. 10.

또 다른 지적 능력 메타인지

나는 얼마만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방영했던 ‘0.1%의 비밀’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전국모의고사 전국석차가 0.1%안에 들어가는 800명의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 700명을 비교하면서 도대체 두 그룹 간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를 탐색해 보는 부분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제작 당시 제작진과 자문역할을 했던 필자에게 공통된 고민이 하나 있었다. 여러모로 조사를 해 보았는데 이 0.1%에 속하는 친구들은 IQ도 크게 높지 않고,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력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고민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 메타인지!” 곧 이 친구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색다른 실험을 해 보았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단어(예, 변호사, 여행, 초인종 등) 25개를 하나 당 3초씩 모두 75초 동안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얼마나 기억할 수 있는가를 검사하였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검사를 받기 전 ‘자신이 얼마나 기억해 낼 수 있는가’를 먼저 밝히고 단어들을 기억해 내는 것이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0.1%의 학생들은 자신의 판단과 실제 기억해 낸 숫자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평범한 학생들은 이 둘 간의 차이가(더 많이 쓰던 혹은 적게 쓰든 간에) 훨씬 더 컸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기억해 낸 단어의 수 자체에 있어서는 이 두 그룹 간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기억력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자신의 기억력을 바라보는 눈에 있어서는 0.1%의 학생들이 더 정확했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메타인지 능력에 있어서의 차이이다.

 

우리 자신의 사고능력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 메타인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본다고 가정해보자. “네 혹은 아니오로 가능한 빠르게 대답해 주세요.”라고 지침을 준 뒤, “우리나라 수도의 이름을 아시나요?”라고 묻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라고 매우 빠르게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과테말라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의 이름을 아시나요?”라고 말이다. 아마도 “아니오”라는 대답이 매우 빠르게 나올 것이다. 먼저의 질문에 대한 “네”라는 대답과 거의 같은 속도로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것이 인간의 두뇌가 지닌 특별한 능력이며 최소한 현재까지의 컴퓨터는 지니고 있지 못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모른다는 대답을 할 때 우리 뇌의 전체를 이른바 ‘스캔’하지는 않기 때문에 ‘네’ 또는 ‘아니오’ 두 종류의 대답을 거의 같은 스피드로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왜 그런지 알아보자. 간혹 우리는 컴퓨터에 내가 원하는 파일이 있는지(즉, 컴퓨터가 그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검색 기능을 사용한다. 검색 창에 파일 제목을 입력하고 ‘검색’ 버튼을 클릭하면 컴퓨터는 열심히 그 제목에 해당하는 파일이 있는지를 검색한다. 만일 찾고자 하는 파일이 그 컴퓨터에 있다면 어느 순간 그 파일의 제목과 위치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 파일이 컴퓨터에 없다면(즉, 컴퓨터가 그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되는가? 상당한 시간을 소모하면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끝까지 검색해 본 후에야 “그런 파일은 없습니다” 혹은 “파일을 찾지 못했습니다”와 같은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 메시지는 결코 파일을 찾았을 때의 메시지보다 빠를 수가 없다. 즉, 컴퓨터는 “아니오, 모릅니다.”라는 대답을 “네, 알고 있습니다.”라는 대답보다 언제나 느리게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왜 인간은 이 두 종류의 대답을 거의 같은 스피드로 할 수 있는 것인가? 단순히 컴퓨터의 CPU와 같은 우리의 뇌 구조물이 이를 빠르게 해서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른다는 대답을 할 때 우리 뇌의 전체를 이른바 ‘스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판단을 내려주는 걸까? 바로 메타인지가 하는 것이다.

메타인지적 지식(metacognitive knowledge)은 무언가를 배우거나 실행할 때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적 활동에 대한 지식과 조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 아는 것에서부터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과 그 계획의 실행과정을 평가하는 것에 이르는 전반을 의미한다.1) 그리고 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사고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수행하거나 배우는 과정에서 어떠한 구체적 활동과 능력이 필요한지를 알고, 이에 기초해서 효과적인 전략을 선택하여 적절히 사용할 수 있다.

방금 전 언급한 바와 같이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구성 요소(즉, 지식과 조절)가 있는데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메타인지적 지식(metacognitive knowledge)이다. 이는 무언가를 배우거나 실행할 때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수학시험 공부를 하면서 순열조합은 잘 알고 있는데 이항정리 부분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면 이 지식을 잘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식이 없는 경우 우리는 실생활에서 잘 알고 있는 부분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것이다. 둘째는 메타인지적 기술(metacognitive skill)이다. 이는 메타인지적 지식에 기초하여 발휘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이항정리 부분을 잘 모른다는 것을 알 경우,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계속하여 볼지 아니면 여러 차례에 걸쳐 들여다볼지 등 전략을 사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메타인지 능력의 향상? 왕도는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메타인지 능력은 어떻게 향상될 수 있을까? 가장 관심 가는 질문이면서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다양한 방법들과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한된 본 공간에서는 간접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방법 하나를 논해보고자 한다. 다시 그 0.1%의 비밀로 돌아가 보자. 다양한 친구들이 다양한 질문거리를 이 친구들에게 가져오고 대부분의 경우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이 친구들은 실제 생활에 ‘설명’이라는 행위를 자주 그리고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공부방에 보드를 달아놓고 중요한 부분을 공부한 뒤 부모님을 모셔놓고 그 내용을 설명하는 이른바 '선생님 놀이'를 하는 여학생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 ‘설명’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얼까?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설명할 수는 없는 지식이고 두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는 지식이다. 두 번째 지식만 진짜 지식이며 내가 쓸 수 있는 지식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이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는데 설명할 수는 없는 지식이고 두 번째는 내가 알고 있다는 느낌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는 지식이다. 두 번째 지식만 진짜 지식이며 내가 쓸 수 있는 지식이다.” 중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첫 번째 지식은 왜 지식이 아닐까?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자주 경험해서 친숙하기 때문에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사실 우리는 실생활에서 자주 이런 경험을 한다. 예를 들어보자. 가족이 휴가 길에 올랐다. 그런데 가는 길에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멈춰 섰다. 남편이 차에서 내려 자동차 보닛(bonnet)을 자신 있게 열어본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멍하니 쳐다볼 뿐이다. 보다 못한 부인이 핀잔을 준다. 고치지도 못할 것을 무엇 하러 열어보느냐고 말이다. 그 남편은 보닛을 열어보기 전에는 왠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왜 일까?그 차는 매일 봐왔기 때문에 ‘친숙’하기 때문이다. 그 내부를 이해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양변기, 냉장고, 세탁기 등 우리 주위의 무수히 많은 친숙한 물건들 혹은 장치들에 대해서 잘 아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 작동원리를 설명해 보라고 되물으면 사람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또한 학창시절에 ‘자, 이만하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한 뒤 시험을 보러 들어가서는 눈앞이 막막해 지거나 머리가 갑자기 텅 빈 것 같은 경험을 한 분들도 첫 번째 종류의 지식만을 가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 심리학과의 Lynne M. Reder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해 준다.2) 이 연구에서 실험참가자들은 먼저 ‘23×15’와 ‘47+18’과 같은 여러 개의 사칙연산 과제를 풀었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지시문을 받았다. “자, 지금까지는 연습시행입니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문제를 풀어봅시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각 문제를 풀 때마다 그 전에 A와 B 두 가지 중 하나의 옵션을 재빨리(통상 1~3초 내의 짧은 시간만을 준다.) 선택하고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옵션 A를 선택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답을 구하고 정답을 맞추면 50포인트를 받습니다. 하지만 옵션 B를 선택하면 여유 있게 답을 구하고 정답일 경우 5포인트를 받습니다.”

더하기 형태의 문제를 통해서 친숙해졌던 숫자에 대해 곱하기 형태로 제시되면 전혀 다른 문제임을 간과하는 등 우리는 메타인지의 판단 착오로 인한 오류를 종종 범한다. 

 

 

이런 전제조건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식적으로 문제가 쉽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옵션 A를 선택한 뒤 문제를 풀 것이고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옵션 B를 선택하여 문제를 풀 것이다. 예를 들어 47+18이 나오면 옵션 A를 23×15이 제시되면 옵션 B를 선택하는 것이 적절한 옵션 선택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숨어 있었다. 사전에 연습을 할 때 예를 들어, “47+18”을 주기적으로 문제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난 뒤 이 문제를 다시금 옵션을 선택하면서 문제를 푸는 본 시행에도 제시하였다. 결과는 매우 재미있었다. 사람들은 19×35와 같이 사전연습시행에서 본 적이 없는 문제에는 당연히 옵션 B를 선택하고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47×18과 같은 문제에는 옵션 A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시간이 더 필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일까? 47과 18이라는 두 숫자를 사전에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숫자는 더하기 형태의 문제를 통해서 친숙해졌던 것일 뿐 곱하기 형태로 제시되면 전혀 다른 문제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메타인지의 판단 착오로 인한 오류를 종종 범한다.

 

그렇다면 설명은 어떤 과정을 포함하는가? 그 핵심에는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그 대상에 대한 본질적 이해에 있다. 즉, 이해가 수반되지 않으면 설명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설명을 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터디 그룹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열심히 발표 준비를 해 와서 남들에게 설명해 주는 바로 그 사람인 것이다. 설명을 듣는 사람이 결코 아니고 말이다. 또한 설명을 하려면 “아, 이건 이래서 그런 거구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까지 이해를 해야 하며 그런 느낌은 기억에도 정말 오래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설명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눈이 아닌 입이다. 입을 열어서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다면 나 자신에게라도 설명을 해보아야 한다. 내가 실제로 모르고 있는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발견이 되며 무엇을 해야 할 지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매우 유용하지만 간혹 우리 자신을 기만할 수도 있는 메타인지라는 눈을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 메타인지는 그야말로 ‘느낌’을 결정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출처: 네이버 - 또 다른 지적 능력 메타인지 - 나는 얼마만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 (생활 속의 심리학, 김경일)